세계의 성소수자들

포이벅

요즘은 많이 바뀐 편이라고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중에게 성소수자는 ‘존재는 알고 있지만 나와는 관계없을 것 같은 사람들’ 이상은 되지 못한다. 그나마도 성소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LGBT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사람들의 인식과는 관계없이, 역사적으로, 성소수자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했다. 최근의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인구 중 3~4%는 LGBT에 속한다.^[각주:1] 포스텍에서도 예외는 없다. 일반적인 학부생들의 인맥 범위를 고려하면 누구나 주위에 3~4명 정도의 성소수자 친구, 선배, 후배들을 두고 있다.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소수자들을 소개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성소수자를 꼽자면 아마 가장 먼저 홍석천 씨가 꼽힐 것이다. 홍석천 씨는 우리나라 연예인으로는 유일하게 2000년 한 일간지를 통해 커밍아웃했다. 이후 2004년 미국 타임지 아시아판에서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에 꼽히고 관련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우리나라의 유명 성소수자로는 영화감독 김조광수가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 제작자로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지만, 감독으로 데뷔하고 부터는 특히 동성애를 다룬 내용의 영화를 많이 촬영했다. 대표작으로 ≪질투는 나의 힘≫, ≪올드 미스 다이어리≫,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뢰인≫ 등을 제작하였고, ≪소년 소년을 만나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을 직접 촬영하였다. 김조광수 감독이 대중에게 특히 유명해진 건 2013년 9년간 함께한 애인과 동성 결혼식을 올린 때부터이다.^[각주:2]

문화예술계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여서 커밍아웃한 스타가 많이 눈에 띈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 출연해 국내 팬에게 ‘석호필’이라는 별명을 얻은 웬트워스 밀러는 2013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각주:3] 또한 ≪주노≫, ≪인셉션≫ 등에 출연했던 엘렌 페이지 역시 최근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혀 화제가 되었다.^[각주:4]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 역을 맡은 이안 맥켈런은 이미 오래 전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한 상태이며,^[각주:5] 영화 ≪양들의 침묵≫에 출연했던 조디 포스터는 최근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각주:6] ‘매트릭스’ 시리즈,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의 영화로 유명한 영화감독 워쇼스키 남매 중 누나인 라나 워쇼스키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이다. 이들은 2013년 초 국내 토크쇼에 출연해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각주:7]

대중음악 쪽에선 ‘Happy Ending’, ‘Lollipop’ 등의 곡으로 유명한 록 밴드 ‘퀸’(Queen)을 언급할 수 있다. 퀸의 보컬리스트였던 프레디 머큐리는 양성애자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2의 프레디 머큐리’라는 별명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 역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포브스, 타임지 등에서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1위를 차지한 인물로, 스스로 양성애자라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Born This Way라는 곡을 통해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들에게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노래하였는데, 해당 곡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각주:8] 2011년 라틴 팝의 황제 리키 마틴은 2012년 UN 연설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히 밝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각주:9]

이공계 분야에도 성소수자는 존재한다. 영국의 유명한 컴퓨터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앨런 튜링(1912~1954)은 현대의 컴퓨터와 같은 원리를 가지는 ‘튜링 머신’이라는 가상의 기계를 제안했으며 컴퓨터공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다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절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른 경찰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말했다가 ‘동성애죄’로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선고 받고 형을 집행 당했다. 결국 자괴감에 빠져 지내던 튜링은 음독 자살하고 말았다. 그의 사면은 최근에서야 이루어졌다.^[각주:10] 이공계 분야의 다른 인물로는 알프레드 킨제이(1894 ~1956)를 들 수 있다. 그는 미국의 생물학자로서 인간의 성적 행동에 대한 방대한 양의 연구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킨제이 보고서의 발간은 사람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그 정치, 문화,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나서 20세기사史에서도 주요한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킨제이 척도라는 것을 도입하여 인간의 성적 지향이 ‘완전한 이성애자’나 ‘완전한 동성애자’, 또는 그 사이에 위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 척도에 따르면 킨제이 본인은 (동성애자에 가까운) 양성애자였다.^[각주:11]

그 밖에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제이슨 콜린스라는 선수가 현역 선수로는 최초로 2013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으며,^[각주:12] 영국 프로축구리그(프리미어리그)에도 상당 수의 동성애자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커밍아웃 뒤 '마초적인' 팬들로부터 사장 당한 전례가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최근 독일 대표팀 은퇴 선수인 히츨슈페르거의 커밍아웃 외에 현역 선수의 커밍아웃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각주:13] 세간의 인식이 바뀜에 따라 영국 축구협회 등은 캠페인을 벌이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각주:14]

정치인들 중 성소수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이 시장님'이라는 개념은 이미 놀라운 것이 아니다. 베르트랑 들라노 프랑스 파리 시장은 2선에,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독일 베를린 시장은 커밍아웃 후에도 3선까지 성공하며 시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각주:15]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2010년 아이슬란드 동성 결혼법이 통과되자마자 그녀의 동성 파트너와 혼인식을 올려 주목 받기도 했다.^[각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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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pecial Report: 3.4% of U.S. Adults Identify as LGBT”. GALLUP Politics, October 18. 2012 [본문으로]
2. “김조광수 결혼식에 누리꾼 ‘동성 결혼 진심으로 축하!’”. 『스포츠서울』, 2013.09.08. [본문으로]
3. “‘석호필’ 커밍아웃…웬트워스 밀러, 드디어 동성애 공식 인정”. 『서울신문』, 2013.08.22. [본문으로]
4. “엘렌 페이지 커밍아웃 “나는 동성애자다” 인권캠페인 연설 중 폭탄고백”. 『서울신문』, 2014.02.16. [본문으로]
5. Wikipedia: Ian McKellen [본문으로]
6. “조디 포스터, 동성 연인과 깜짝 결혼”. 『동아일보』. 2014.04.24. [본문으로]
7. “<무릎팍도사>의 워쇼스키 남매…편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오마이뉴스』, 2013.01.04. [본문으로]
8. Wikipedia: Born This Way [본문으로]
9. "팝스타 리키 마틴, 반기문 사무총장 앞에서도 ‘커밍아웃’”. 『동아일보』, 2012.12.12. [본문으로]
10. “‘컴퓨터의 아버지’ 영국 수학자 튜링 61년 만에 사면”. 『경향신문』, 2013.12.24. [본문으로]
11. 조너선 캐선 하디.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 김승욱(역), 작가정신, 2010. [본문으로]
12. “제이슨 콜린스, 커밍아웃…美 메이저 프로 선수 사상 '최초'”. 『한국일보』, 2013.04.30. [본문으로]
13. “'깜짝 커밍아웃' 히츨스페르거 ‘은퇴 후 고백, 후회없어’”. 『스포츠서울』, 2014.01.12. [본문으로]
14. “英축구, '동성애 혐오' 추방 운동 벌인다”. 『베스트일레븐』, 2013.01.29. [본문으로]
15. “메르켈, 베를린 시의회 선거도 패배”. 『국제신문』. 2011.09.19. [본문으로]
16. “아이슬란드 女총리, 동성 애인과 결혼”. 『세계일보』. 2010.06.29. [본문으로]